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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예술

서도호 개인전을 가다

by 점프보이 2023. 2.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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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aircase

 

Museum of Contemporary Art Australia (MCA 혹은 호주현대미술관)에서 지난 11월부터 시작한 서도호 개인전, 클로징을 얼마 안 남겼기에 후다닥 다녀왔다. 사실 서도호 작가에 관해서 그렇게 잘 알지는 못한다. 그러나 호주 살면서도 호주 매체에서 이따금씩 접해 본 적 있던 한국 작가 여서 신기해 하긴 했다.

 

 

개인전 티켓

 

티켓은 22불이라 부담이 있지 않았다.

 

'유니폼/들:자화상/들:나의 39년 인생'
개인전 복도
그 유명한..
Staircase-III  (2010)

 

서도호는 공간과의 관계 및 정체성 등을 주제로 주로 작업하는 아티스트 라고 한다. 본인이 있던 공간을 서로 이으면서, 동시의 본인 기억속에 공간 또한 같이 투영한다. 본인이 뉴욕에서 살던 집의 계단을 똑같은 스케일로 옮겨서, 시간의 흐름과 전 세계에 퍼져있는 본인의 공간을 연결을 상징한다고 한다. 

 

내 솔직한 감상을 얘기해도 될까? 저 계단 한번 올라가 보고 싶다 였다. 내가 올라가면 찢어질까? 하고 생각했다.

 

서도호 'floor', 출처 Art21
나를 받치고 있는 수 많은 사람들
조금 애처롭네

 

Floor는 전체 사진을 못 찍었네. 수천 개의 작은 조각상들이 내가 걷는 유리바닥을 지탱하고 있다. 미묘하다. 현대 예술에서 자주 쓰이는 주제, 정체성에 관한 작품 같다.

 

서도호 작가 뉴욕집에 있던 물건? 들을 패브릭으로 만든 작품
Toilet, Apartment A, 348 West 22nd Street, New York, NY 10011, USA, 2013
디테일을 세세하게 표현한게 인상 깊다
Stove, Apartment A, 348 West 22nd Street, New York, NY 10011, USA.
HUB, 출처: MCA

 

허브 시리즈, 서로 다른 공간들을 패브릭으로 구현한, 통과해서 구경할 수 있다. 대기줄은 20분 정도, 사실 사람이 많아서  온전하게 감상하기 힘들었다. 워낙 뭔가 볼 때 항상 사색도 같이 해야 하는 편이라.

 

허브의 내부구조
깨알같은 디테일
Hub
내부

 

Hub (2015) 는 성북동과 런던 등 작가가 거주했던 장소들을 연결시켜 놓은 것이라고 한다. 실제로 안에는 한옥도 있고, 서양식 아파트 내부도 있고 다양하다. 

 

보면서 느끼는 거지만 이 사람 정말 디테일에 진심이구나. 작업하는 것 만 봐도 하나하나 작가의 손이 다 들어가고, 작품 하나당 기본 몇 년은 써 버린다. 

 

학교 때문에 뉴욕 가서 월세집을 구해 살아야하는데, 아티스트라고 하니까 집주인이 렌트비는 안 밀리고 잘 낼지 걱정했다고 한다. 그리고 그 집안에서 집안 물건들로 작품을 만들고, 집주인이 하고 싶은데로 해보라고 했다고 한다. 그의 잠재력을 믿었을까? 아님 여유 로워서 일까? 아니 여유로워서 그의 잠재력을 믿을 수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다음은 사실상 개인전의 하이라이트 Rubbing/Loving Project: Seoul Home (2013–2022) 이다.

 

위에서 보는 작품

 

서도호가 9년 동안 작업하면 재현한 그가 나고 자란 한옥. 한글에서 R 발음과 L 발음을 구분 짓지 않아 Rubing과 Loving으로 라임을 짰다고 했던가. 이 작품은 수백 장의 뽕나무 종이를 붙여 표면을 흑연과 손끝으로 문질러 1:1 스케일 그대로 본뜨는 작업이었다고 하니 얼마나 많은 노력이 요했을까

 

작업 중인 모습, 출처= Museum of Contemporary Art Australia
경이롭다
이걸 어떻게 옮긴 걸까?
Rubbing/Loving Project: Seoul Home  (2013–2022)
Rubbing/Loving Project: Seoul Home  (2013–2022)

 

구경하다 보니 궁금해서 직원한테 물어봤다. 이거 뭘로 만든 거야? 페이퍼 붙여가지고 판 뜬 거라고 알려줬다. 그러더니 나한테 아트 스튜던트냐 길래, 아 나 그냥 회계 전공한 직장인이야 했다. 그러다 보니 여러 얘기하게 됐고, 그러면서 너 한국에서 왔으면 이런 집이 흔하냐 이거 한자는 무슨 뜻이야 등. 서도호가 2주 전에 왔는데 못 봐서 너무 아쉽다느니, 정말 아트 사랑해서 일하고 있는 게 뭔가 너무 좋아 보인다.

 

그래서 답해 줬다. 한국에서도 한옥은 흔하지 않고, 특히 서울은 더더욱. 한국 전쟁으로 인해 많이 파괴되었으며, 이런 한옥들은 몇백 년의 문맥을 유지한 구조라고 알려줬다. 그리고 아마 서도호는 서울 한옥집 살았으면 부자였겠네 라고 했더니, 학교도 예일에서 나왔고 아버지도 유명한 아티스트 가더라 라고 하길래. 아 이 사람 정말 팬이구나 싶었다.

 

묘용시수류화개

 

한자는 쥐약이라서 엄마한테 사진 찍어 보내줬다. 역시 권여사는 모르는 게 없어. 묘용시수류화개라고 하는데, 해석의 논란의 여지는 있지만 "오묘하게 행동할 때는 물이 흐르고 꽃이 피는 것과 같네"라고 한다. 얼마나 멋진 말이야.

 

우연찮게 그때 한자 뜻 물어봤던 직원이 위층에 있길래 알려줬다 이런 뜻이라고. 너무 시적이고 멋있다고 너무 좋아한다. 참 좋은 에너지였다. 자기가 사랑하는 것 바로 옆에서 일하는 기분은 어떤 기분일까? 그 직원이 나에게 어느 정도 보여준 것 같다.

 

서도호의 개인전은 너무 좋았다. 앞으로 다른 전시 및 개인전도 시간 내서 와서 영감 받고 느끼고, 즐기고 싶은. 세상에 얼마나 멋진 아티스트들이 많을 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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